1. 서 론
최근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에서는 태풍에 의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태풍은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하는 자연현상 중 하나로 이에 따라 태풍에 관한 연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방재를 목적으로 태풍의 강도 및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해안지역에서는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폭풍해일에 의한 피해 또한 태풍 강도의 증가에 따라 커지는 상황이다.
폭풍해일의 특성은 태풍의 최대 풍속, 중심 최저기압, 이동 속도, 상륙 각도, 해안 경사, 수심, 지형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되며, 이동속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가 폭풍해일에 미치는 영향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다. 태풍의 이동속도의 경우 태풍의 우측면에서는 상대 풍속을 더욱 증가시키며, 좌측면에서는 감쇄시키는 특성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폭풍해일의 경우 이동속도에 의한 영향은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지금까지 명확한 결론은 없다.
Peng et al.(2004)은 수치해석을 이용하여 미국 북동부 해안에 큰 피해를 주었던 허리케인 중 Saffir-Simpson scale 기준으로 2~3등급의 10개의 허리케인을 분석하여 느린 이동속도의 허리케인은 높은 폭풍해일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많은 범람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각각의 허리케인에 따라 이동속도와의 상관성도 다름을 언급하였다. Weisberg and Zheng(2006)은 FVCOM 모델을 이용하여 육지에서 뻗어 나온 만 형상의 지형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으며, 허리케인의 이동속도가 빠른 경우 낮은 폭풍해일이 발생하고, 느린 경우에는 높은 폭풍해일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Rego and Li(2009)는 FVCOM 모델을 사용하여 허리케인의 요소들을 달리함으로써 해안선을 따라 발생하는 해수범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허리케인의 이동속도와 지속 시간은 서로 반대로 작용함을 언급하였다. Kang et al.(2009)는 경남해역에 다양한 가상 태풍 모의를 수행하였으며, 마산과 통영 인근에 지형적인 요인에 의해 높은 폭풍해일고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국립해양조사원(2011)은 다양한 내습각도, 이동경로, 중심기압, 이동속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각 주요 지역의 해일고를 작성하였으며, 2011년부터 한반도 전체 해안을 대상으로 태풍에 의한 침수 예상도를 작성해오고 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동일 지역에서는 이동속도가 빠른 경우 좀 더 높은 해일고를 보여주고 있다. Zhang(2012)은 허리케인의 해안 상륙 각도와 이동속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Thomas et al.(2019)은 2016년 최고 등급으로 역사상 가장 강한 허리케인 중 하나였던 Matthew에 대한 현장 조사 및 분석을 통해, 빠르게 이동하는 허리케인은 더 높은 폭풍해일을 유발하지만 느린 허리케인은 더 넓은 지역에 대한 해수범람을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Westerink et al.(1992)은 FEM 기반의 GWCE 조위 모델을 개발하여, 폭풍해일을 모의하였다. Park and Suh(2012)는 조위 변화가 큰 지역의 경우 조석의 변화가 폭풍해일의 증감에 영향을 주는 것을 ADCIRC(ADvanced CIRCulation) 모형을 사용하여 보여주었다. Lee(2006)는 neural network를 이용하여 폭풍해일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에 관해 연구하였다. Park et al.(2006)은 2003년까지 한반도의 태풍 경로를 분석하여 남해안으로 상륙하는 태풍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Rego and Li(2010)은 허리케인 Rita을 이용하여 조위와 폭풍해일의 비선형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Sebastian et al.(2014)은 대륙붕 형상을 가지는 미국 Texas Galveston의 경우 허리케인의 최대 풍속이 15% 증가하면, 폭풍해일도 23% 증가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폭풍해일의 경우 지형과 수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이유로, 이와 같은 비율은 다른 지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본 연구는 태풍의 이동속도가 폭풍해일의 특성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Park and Youn(2020)의 연구에서와 같이 여러 요소가 지배하는 실제 태풍에서 이동속도에 의한 영향만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이유로, 본 연구는 인공으로 만들어 요소들을 단순화한 태풍을 사용하여 수행되었다. 본 연구는 Park and Youn(2020)의 연구를 기본으로 좀 더 다양한 조건에서의 폭풍해일의 특성 변화를 분석하여,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반된 결과의 원인을 연구하였다.
2. 연구 방법
2.1 연구 대상 지역
이동속도와 관련된 현재까지의 연구가 주로 미국 동부 해안을 대상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폭풍해일의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한국의 남해안을 연구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였다. 대부분의 태풍은 한반도의 남해안에 상륙하며, 이 지역은 깊은 수심과 낮은 수심이 함께 공존하여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 폭풍해일에 영향을 주는 최대 조위차는 동남쪽 해안에 위치한 부산 지역은 약 1.5 m 이며, 서남쪽 해안에 위치한 진도 근방은 약 5m이다. 폭풍해일의 크기는 조위차의 크기에 영향을 받으며, 낮은 수심에서 좀 더 큰 값을 보여준다.
2.2 수치해석
태풍 연구는 현장관측의 위험성과 어려움으로, 수치해석을 사용하여 연구되었으며 수치해석 모델로는 ADCIRC를 사용하였다. ADCIRC는 약 20년 전 US Army Corps of Engineers의 주도로 개발되었으며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 발전되어 왔으며, 현재는 폭풍해일 연구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유한요소법(FEM)을 기본으로 한 ADCIRC는 관심 지역은 좀 더 많은 격자를 포함하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심해 지역에는 격자수를 감소시킬 수 있어, 계산 시간과 비례하는 전체 격자수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Luettich et al., 1992). 본 연구를 위한 영역은 한국의 남해안을 중심으로 Fig. 1과 같으며 시뮬레이션에는 94000 요소와 49000 노드 이상의 격자가 사용되었다.
수치해석의 검증을 위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최대한 직선에 가까운 이동 경로를 보여준 2개의 태풍을 선택하여 수치모델을 검증하였다. 태풍 Rusa(0215)는 2002년 8월 말 고흥에, 태풍 Sanba(1216)는 2012년 9월 중순에 통영에 상륙하였으며 그 특성은 Table 1과 같다. 직선으로 이동하는 두 태풍 모두 남해안에 상륙시 매우 강한 태풍이었으며,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의 평균 이동속도가 30 km/h인 것을 고려하여 이에 근접한 태풍을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ADCIRC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상륙 지점에 가까우며 관측 자료 획득이 가능한 여수, 거제도에서 두 태풍 Rusa, Sanba의 폭풍해일과 실제 관측 자료와의 비교를 수행하였다(Fig. 2).
Park and Youn(2020)의 연구 결과와 같이 실제 해역의 폭풍해일은 조위를 포함하고 있어 태풍 요소들에 의한 특성 변화만을 분리하여 분석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본 연구에서는 조위는 제외된 상태로 Fig. 1과 같이 이동 경로를 단순화한 인공 태풍을 이용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 태풍의 이동 속도를 정확히 산정하고 해안에 수직으로 입사하는 경우 가장 큰 해일고를 보여주기 때문에 직선 경로로 남해안에 상륙하는 시나리오로 단순화하였다. 이에 따라 남해안에 상륙하는 태풍의 이동속도 변화에 따른 폭풍해일의 특성 분석을 아래와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수행하였다.
• 다양한 이동속도로 상륙하는 폭풍해일의 특성 분석
• 동일한 이동속도로 남해안의 다른 지역에 상륙하는 폭풍해일의 비교 및 분석
• 태풍의 이동속도 증감으로 인해 남해안의 폭풍해일이 변하는 최소 거리 분석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태풍의 이동 경로는 3가지로 A, B, C 경로가 있으며, 남해안의 서쪽으로 상륙하는 A 경로는 동경 126도를 따라 북쪽으로 직선 이동하며, 남해안의 중앙부로 상륙하는 B 경로는 동경 128도를 따라 직선 이동하며, C 경로는 동경 129도를 따라 직선 이동하여 남해안의 동쪽에 위치한 부산으로 상륙한다. 동쪽의 C 경로를 따라 부산에 상륙하는 태풍은 이동 중 일본 남부 내륙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그 특성이 변화할 수 있는 이유로 이러한 영향을 고려하여 분석하였다.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인공 태풍의 강도는 이동 경로를 따라 발생부터 상륙 이후까지 동일하게 유지하였으며, 사용된 태풍의 최대 풍속은 167 km/h이며 중심 최저기압은 935 hPa으로 설정하였으며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분류된다. 또한 태풍의 이동 경로 변화에 따른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직선 경로로 단순화하였다. 태풍의 이동 과정에서 폭풍해일의 발달과정을 관측하기 위해 이동 경로를 따라 여러 개의 관측소를 설치하여 변화를 분석하였다.
3. 결 과
3.1 태풍의 이동속도와 폭풍해일의 변화
태풍의 이동속도가 폭풍해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Fig. 1과 같이 3가지 직선 경로를 따라 각각 10, 20, 30, 40, 50 km/h 속도로 이동하는 인공 태풍을 모의하였다. 참고로 2010년 이후 한반도 남해를 통과하는 태풍의 평균 이동속도는 약 30 km/h이다(Park and Youn, 2020). 태풍의 이동경로를 따라 발생한 폭풍해일의 변화는 상륙 해안이 위치한 지점에서 관측하여 Fig. 3에 나타내었다.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태풍의 이동속도도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서 상륙 시간 및 최대 폭풍해일 발생 시점도 각각 다르지만, 이동속도별 최대 폭풍해일고를 쉽게 비교하기 위해 Fig. 3과 같이 그래프상의 동일 시점으로 조정하였다.
동경 126도, 128도, 129도를 따라 이동한 세 경우 모두 이동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최대 폭풍해일고도 증가하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이동속도가 느린 경우 폭풍해일이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증가하지만, 속도가 빠른 경우 급한 경사를 가지고 증가하는 것이 보인다. 과거 여러 연구자들의 현장 분석을 통해, 폭풍의 이동속도와 상륙시 해안 범람의 지속 시간 및 규모 등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동일한 태풍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태풍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었고, 연구자마다 다른 결론을 보여주었기에 현재까지 최종적으로 정해진 결론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 연구 결과를 근거로 태풍의 이동속도가 빠른 경우 폭풍해일고는 증가하지만, 급격한 경사로 상승하기 때문에 범람의 규모 및 지속 시간은 감소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안의 높이가 0.5 m인 경우, B 경로로 이동속도가 50 km/h의 태풍이 상륙하는 경우 6.2시간 동안 폭풍해일에 의한 범람이 발생하지만, 이동속도가 10 km/h의 경우 30.5시간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태풍의 경우 강우를 동반하기 때문에, 지속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강우에 의한 침수 피해 또한 증가하게 된다.
서로 다른 세가지 경로를 따라 이동한 경우, 동일한 강도의 태풍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동 경로에 따라 최대 폭풍해일고의 차이가 약 0.8 m까지 현격히 증가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거의 모든 요소를 단순화하였기 때문에, 태풍의 이동 경로를 따라 변화하는 수심과 상륙 지점의 지형이 이러한 차이를 유발하였다고 추정한다. 이런 이유로 과거 많은 연구에서 동일한 이동속도의 태풍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관측된 폭풍해일을 분석할 때는 서로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생각된다.
3.2 동일 이동속도 – 다른 경로에 대한 분석
세 가지 이동 경로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Fig. 4에 나타내었으며, 이중 B 경로(동경 128도)와 C 경로(동경 129도)의 경우 해안으로 접근함에 따른 폭풍해일의 증가가 명확하게 보이지만, 전남 해안으로 상륙하는 A 경로(동경 126도)의 경우 폭풍해일의 변화가 거의 없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태풍 이동속도의 경우에서도 크기만 다르고 위의 특성들이 동일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평균 이동속도인 30 km/h의 시뮬레이션 결과만 본 논문에 포함하였으며 다른 이동속도의 결과 그래프는 생략하였다.
시뮬레이션에 설정된 A 경로의 상륙지점은 북위 34.3도이며, B 경로의 상륙지점은 북위 34.7도, C 경로는 북위 35도이다. 북위 31도부터 태풍의 이동 경로를 따라 설치한 관측소로부터 획득한 폭풍해일의 변화는 Fig. 4에 나타나 있으며, A 경로의 경우 북위 31도 지점의 폭풍해일 높이가 상륙지점에 가까운 북위 34도 지점까지 큰 변화가 없음을 볼 수 있다. 북위 34도 이후 상륙지점에 가까워짐에 따라 폭풍해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북위 31도 지점에 비해 약간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다.
B 경로의 폭풍해일은 북위 34도 지점부터 폭풍해일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상륙하기 직전에 최대값에 근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 경로의 경우 폭풍해일의 최대 크기는 B 경로만큼 크지 않았으나, 북위 34도 지점부터 증가하여 상륙지점에서 최대 크기를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요인을 단순화하였고 세 경로 모두 동일한 이동속도를 적용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이동속도와는 전혀 상관없으며, 이동 경로의 수심과 상륙지점의 지형에 의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수심에 의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한반도 남쪽 해역의 수심 및 지형을 Fig. 5에 나타내었으며, 이해를 쉽게 하도록 수심 200 m 이상의 깊은 지역은 검은색으로, 50 m 이하의 얕은 지역은 흰색의 등심도로 표현하였다. 서해안을 향하는 A 경로(동경 126도)에서는 북위 31도부터 33.5도까지 100 m 정도의 얕은 수심이었으며, 북위 33.5도 이후 상륙지점 근처까지 60~80 m의 수심을 이루고 있다. 남해안의 중앙을 향해 이동하는 B 경로(동경 128도)는 제주도 근방까지 수심이 150 m 이상이었으나 북위 34도 지점부터 수심 100 m 이하로 얕아지며, C 경로는 북위 32.5도까지 200 m 이상의 수심을 유지하다가 북위 33도 부근에 있는 일본 남부 섬들에 의해 수심이 감소한다. 일본 남부 섬들을 통과한 이후 북위 34도 부근에서 수심 120 m, 북위 35도에서 40 m 이하로 변화한다. 폭풍해일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수심 50 m 이하의 시작 지점을 확인하면, A와 C 경로의 경우 상륙전 약 10 km 전방부터, B 경로의 경우 상륙전 약 30 km 전방부터 50 m 미만으로 얕아진다. A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태풍의 폭풍해일은 북위 33도에 위치한 제주도에 의해 증가하지 못했고, C 경로는 북위 33도 지역에 위치한 일본 남부 섬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3.3 이동속도 - 접근거리 분석
태풍은 남쪽으로부터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동속도가 계속하여 변화한다. 한국으로 향하는 태풍의 경우 일반적으로 중위도인 북위 30도 지점을 지나면서 이동속도가 점차 증가한다. 본 논문에서 연구된 내용과 같이 태풍의 이동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폭풍해일고도 증가하는 현상을 고려하면, 태풍이 상륙하기 전 이동속도의 변화가 폭풍해일의 크기에 마지막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은 폭풍해일의 크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던 B 경로를 사용하였으며, 크게 이동속도가 증가하는 것과 감속하는 것 두 가지로 나누어 수행되었다. 태풍의 이동속도가 변하는 위치는 북위 28도부터 34.5도 사이이며, 총 18가지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Fig. 6에 나타내었다. 이동속도 증가의 경우 10 km/h로 이동하던 태풍이 사전에 지정한 지점을 지나 30 km/h의 속도를 유지하며 육지에 상륙하도록 설정하였으며, 이동속도 감속의 경우는 반대로 30 km/h에서 10 km/h로 줄어들도록 하였다. 북위 34.5도는 태풍이 상륙하기 직전 위치로 이동속도 변화가 폭풍해일의 크기 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상륙지점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이동속도가 변경된 경우, 이동속도의 증가가 최대약 0.6 m의 폭풍해일고의 상승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예를 들어 Fig. 6에서 증속의 경우 북위 28도의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저위도로부터 10 km/h로 이동하던 태풍이 북위 28도부터 30 km/h로 빨라져 육지에 상륙시 발생하는 폭풍해일의 크기를 나타낸 것이다. 북위 34.5도부터 증속된 경우에는 약 1.3 m의 폭풍해일고만 발생할 수 있으며, 북위 33.5도 이후의 이동속도 증가는 폭풍해일을 최대 크기인 1.9 m로 발달시킬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
위와 다르게 이동속도가 감소하는 경우, 예를 들어 북위 34도에 표시한 폭풍해일의 높이는 저위도로부터 30 km/h로 이동하던 태풍이 북위 34도부터 10 km/h로 감속하였을 경우 태풍이 육상에 상륙시 발생된 폭풍해일의 높이를 의미한다. 북위 33.5도까지는 감속된 이동속도의 영향이 완전하게 적용되었지만, 북위 34도 이후의 이동속도 변화는 상륙 해안에 근접하게 되어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동속도 증속의 경우 북위 33.5도에 제주도가, 감속시 34도에는 거문도 등이 위치한 위도이며, 상륙 위치로부터 거리상으로 대략 80~140 km 정도 떨어져 있다. 위의 정보는 태풍의 특성과 지형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남해안으로 상륙하는 태풍의 경우 제주도 이전의 이동속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4. 결 론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폭풍해일은 해안 방재의 주요 연구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성을 이해하기에는 현재까지 부족함이 있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의 이동속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이것이 폭풍해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측 결과마다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어 본 연구를 수행하게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수치해석을 이용하여 폭풍해일의 특성을 분석하였으며, 이동속도에 따른 폭풍해일 특성 분석만을 위해 다른 요소들을 최대한 단순화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수행된 결과를 분석하여, 태풍의 이동속도가 빨라질수록 폭풍해일 또한 증가하는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폭풍해일의 형상을 분석하면 느린 태풍에서는 폭풍해일이 넓고 완만한 경사로 증가하였으나, 빠른 태풍에서는 좁고 급격한 경사를 보여주며 증가하였다. 이러한 특성은 빠른 태풍의 경우 높은 폭풍해일고로 인해 해안 안벽을 쉽게 넘어 범람할 수는 있지만 지속 시간은 짧으며, 느린 태풍의 경우 폭풍해일고는 낮으나 범람의 지속 시간이 길어지고, 늘어난 시간으로 인해 강우 피해 또한 증가할 수 있어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방재를 준비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수심이 폭풍해일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작용하여, 빠른 태풍임에도 상륙 지역의 지형 특성에 따라 오히려 작은 폭풍해일고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 폭풍해일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수심에 반비례하는 폭풍해일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하며, 상륙 해안의 지형 또한 분석 과정에 포함하여야 한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경우 폭풍해일이 급격히 증가하기 위한 한계 수심은 약 50 m 정도로 분석되며, 이보다 수심이 얕은 지역을 통과시 폭풍해일이 급격히 상승하는 특성 또한 태풍 방재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현장 분석에는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동속도의 변화가 상륙한 폭풍해일의 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를 분석하였으며, 대략 제주도 이전까지의 이동속도 변화는 폭풍해일의 완전한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한국의 남해안의 경우 제주도 이전까지 태풍의 이동속도 변화에 크게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위 특성들은 단순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북쪽을 향해 직진하는 태풍을 이용하여 남해안에 대해 분석된 결과로, 좀 더 보편적인 결과를 위해 향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태풍의 이동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폭풍해일도 증가하는 절대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수심 및 지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음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